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에서 일을 하며 기억해야 할 것들

1. 이론보다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

시중에 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코이카에서 출판한 기본서부터 시작해서 다른 NGO 혹은 ODA 및 국제협력개발 전문가 들이 쓴 책, 혹은 외국의 학자들이 쓴 책까지 다양하게 있다. ODA와 국제협력개발의 시작은 정확하진 않지만 2차세계대전 이후라고 보는게 일반적이다. 다른 분야보다 역사도 짧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ODA와 국제협력개발 분야를 나누는 것이 애매모호하다.

나는 ODA 및 국제협력개발 관련 책을 아무리 읽고 익히더라도 이론이 통하지 않는 분야 또는 이론과 현실이 전혀 다른 분야라고 잘라서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건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점, 실제 프로젝트 진행 시 이해관계자 및 책임자들을 상대로 하다보면 책에서 나온대로 흘러가지 않는 다는 점, 프로젝트가 위험성과 실패할 요인이 예상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ODA와 국제협력개발의 경계가 모호하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사고를 당해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와해가 되었다든지, 갑자기 수원국 정부 담당자가 교체가 되어 프로젝트가 완전히 방향이 바뀌어 버리거나, 심지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 되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은데 내전이 일어나서 지속성이 깨져버리는 등 예상을 할 수 없는 위험성이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굉장히 많다. 의외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프로젝트 결과를 좌우하는 것이 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다.

 

2. 해결책은 사람과 현장에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전공서를 찾아볼 수도 있고,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혹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커뮤니티를 이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ODA 및 국제협력분야는 다르다. 책에서도 나오지 않는 문제가 터질 수 있고, 만약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발생한 유사한 문제라고 할지라도 해결 방법이 전혀 다를 수 있다. 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 전문가라고 해도 프로젝트 진행 히스토리, 현장 및 이해관계자들을 모른다면 해결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A라는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전문가가 문제해결을 위해 개입하는 순간 시간과 비용이 더 소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문제해결을 위해 어쩔수 없이 프로젝트의 기존 목표를 수정해서 전혀 다른 프로젝트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해결책을 구하기가 힘든 분야다.

하지만 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만큼 사람이 중요한 분야도 없다. 앞서 말했듯이 예상할 수 없는 부분에서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도 이 분야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해결방법이 생기는 것도 이 ODA와 국제협력개발 분야다. 프로젝트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현장에서 고민하다보면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와 최고의 문제해결방안이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심지어 프로젝트의 진행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고 성공할 확률이 확실히 높아지는 공통점이 있다.

 

3. 공부는 때가 없다.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고, 할 수 없을 때 까지 하라고 한다. 하지만 ODA 혹은 국제개발협력 분야로 일하다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언어 공부는 당연하고, 심지어 수여국의 법과 문화도 공부해야 하며 공부해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공부하는 때가 없다는걸 느낀다. 시도때도 없이 공부를 해야 하며, 바쁜 업무 중에 공부를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당연히 우리나라를 포함 여러 나라에서 수의계약을 통한 입찰이 가능한데, 의외로 이 수의계약이라는 법 조항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와 관련된 기자재 입찰을 위해 최대한 빠른 입찰 프로세스를 찾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수여국의 법을 공부해야 하기도 하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 공부도 해야 한다.

또 다른 의미로 공부는 때가 없는 것이, 언제 어디에서 문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의외로 벼락치기 식의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이 일어난다. 위험성을 깨닫고 문제가 터지기 직전에 공부를 하는 경우, 문제가 터지고 나서 급하게 공부를 하는 경우 등 정말 시도때도 없이 공부를 하게 된다.

 

4. 사람 위엔 하늘뿐이다.

다른 국가에서 파견된 혹은 국제기구의 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에서 일을하는 사람을 보면 대개 연령층이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국제협력개발 분야의 짧은 역사 때문인데, 우리나라의 ODA 및 국제협력개발 역사는 1980년대에 남과 북 생존을 위한 계획으로 시작이 되었지만, 1991년에 코이카를 설립하면서 기술원조공여국으로 등록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45년부터 1999년까지 약 127억불을 지원받았다. 따라서 제대로 된 우리나라의 ODA 및 국제협력개발은 OECD 원조공여국으로 등록된 2010년 부터라고 볼 수 있다. 길게보면 30년 남짓이고, 제대로 국제무대에 올라선건 10년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진행하는 ODA 및 국제협력개발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20~30년 이상 직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분들을 뽑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분들의 오랜 경력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해외파견이 되면 여러가지 문제점이 생긴다. 직장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업무방식, 유연하지 못한 사고방식, 수여국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 소통의 문제 등이 있다. 그 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문제점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해외파견이 되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수여국 및 수여기관 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즐거운 해외파견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공통점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없거나, 혹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인정하시고 고치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분들이다.

실제로 코이카 프로젝트 전문가는 경력에 따라 1~5급으로 나누어지는데, 1급 전문가가 경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3~5급 전문가들을 존중하지 않고, 직장 후배나 아랫사람 처럼 대하여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프로젝트가 삐꺽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 외에도 공여국 자격으로 파견되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수여국 및 수여기관 관계자들을 얕잡아보고 하대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결과는 당연히 수여국 이해관계자들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프로젝트는 실패로 이어진다. 결국엔 모든 사람이 다 똑같고 평등한데 그것을 모르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파견되는 분들에게도 수여국 및 수여기관 사람들을 밑으로 보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수여국 및 수여기관을 상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제기구와 수여국 및 다른 NGO단체와 연계하는 등 다자협력관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따라서 ODA 및 국제협력개발 분야로 활동하는 모든 사람은 스스로 UN의 세계인권선언을 기억해야 하며, 상대방을 차별하는 시선과 인식을 절대 가져서는 안된다.

 

5. 원조가 중요한게 아니다.

ODA 및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마음속에 목표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내가 수행하는 프로젝트로 인해 수여국이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 내가 가진 능력으로 수여국의 시스템을 개선시켜보고 싶은 마음, 나로 인해 수여기관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등 여러가지 좋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다보면 모순에 빠질 수 있다. 선진화된 인프라를 보여주며 프로젝트를 설명하면 수여국이나 수여기관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서 노력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그럴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모자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한 어머니가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는데 코카콜라를 먹이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경악을 했었지만 침착하게 왜 아기에게 젖이 아닌 콜라를 먹이냐고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맛있게 마시는 콜라를 아기에게도 먹이고 싶어서..’였다. 단순히 내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모성애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이들에게 깨끗하고 쾌적한 병원과 진료를 위한 최신식의 의료장비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올바른 교육과 그 교육을 해줄 수 있는 교육자였다.

또 다른 예로 원조피로도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 원조가 필요한 수여국에 집중적인 원조가 이루어지지만 정작 수여국은 발전되지 않는다. 오히려 원조해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을 말한다. 여러 선진국과 국제기구에서 수여국에게 많은 자금과 물자가 지원하지만, 지원된 자원을 활용하여 발전할 의지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번에는 뭘 원조해 줄꺼야?’ 라는 배짱을 부리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가 필요한건 최신식 사양의 PC 200대와 아이패드 300대인데 지원해 주길 바람’ 이라면서 구체적이면서도 노골적으로 물자지원을 바라기도 한다. 국제협력개발 전문가가 현지 상황을 파악해서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완전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이런 경우는 물자지원보다 동기를 부여하고, 의지를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즉 공여국 입장에서 좋은 것만을 제공해주고, 선진화된 기술과 물품을 보여주며 무조건 원조를 약속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것보다 수여국에서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그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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